“해고자로 살아온 11년, 이제 평화를 구합니다”
지난 29일 가톨릭중앙의료원 해고자 복직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개최

 

 

“2002년 어떤 대화 없이 이어진 가톨릭중앙의료원(서울성모, 여의도성모, 의정부성모, 이하 ‘CMC’) 217일 파업투쟁의 상처가 여전합니다. CMC가 화려한 성장을 거듭하는 반면 여전히 해고자 문제 등 내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문제의 근본에 황인덕, 박기우, 한용문, 이숙희, 김영숙. 해고조합원 5명이 있습니다.

이들을 벼랑 끝으로 '합법'적으로 내몬 그 법, 직권중재라는 그 악법, 이제 세상에 없습니다. 시대가 이만큼 흐른 만큼, 해고자들을 현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평화를 갈구하는 그 목소리 외면하지 마시고 CMC의 새 시대를 해고자 복직으로 열어갈 수 있길 호소합니다" 2002년 파업투쟁 이후 억울하게 해고된 5명의 해고자들의 복직을 촉구하는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20130502_00005.jpg

 

4월 29일 가톨릭중앙의료원 법인이 있는 서초동 평화빌딩앞에서 가톨릭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렸다.

머리위로 번쩍 든 피켓의 문구가 건물이름인 '평화'와 묘하게 대비된다. 해고자로 살아온 11년, 어느 쪽에도 적을 두지 못하고 거리를 방황하며 복직투쟁을 진행해온 시간들과 견주었을 때 '평화'라는 단어는 지나치게 무겁다.

 

"가난한 자와 함께 해야 한다는 교황의 말씀, 잊었는가"라 일갈하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권오광 상임대표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11년 째 해고노동자들을 방치한 채 살아가는 이 상황이 마음으로 도저히 용서되지 않는다는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연합 지도위원의 발언과 CMC해고자 문제를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는 김숙영 서울지역본부장과 백소영 경기지역본부장의 발언도 이어졌다. 해고조합원 대표로 황인덕 서울성모병원지부 조합원이 발언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아빠 직업을 물으면 11년 째 해 줄 말이 없다는 사실에 다들 눈시울을 붉힌다.

 

삶을 구성하는 기본은 돈도, 명예도 아닌 일터임을 강조한다. 정년을 앞둔 노동자, 평균나이 50이 훌쩍 넘어버린 이들을 이제 어찌하시겠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매 주 목요일 해고자 복직 촉구 촛불문화제 서초 평화빌딩 앞에서 열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하며 염수정 주교와 성모병원 당국에 해고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현재 5명의 해고조합원들은 평화빌딩 앞 피켓시위와 매 주 1회 촛불문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손가락만한 촛불에 설움으로 얼룩진 11년의 세월의 무게가 담겨있다. 이 초를 마냥 가볍게 들 수만은 없는 이유인 것이다.

 

해고자 문제가 해고자 5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 일 하는 조합원 전체의 우울과 트라우마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도, 11년 째 누구도 돌아봐주지 않았다는 이유마저 이 초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신부님, 대화에 임하소서라는 외침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