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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저 듣고싶었을 뿐입니다
대통령의 책임있는 한 마디를
KBS의 진심어린 사과를


8일(목) 밤 세월호 참사 유가족 200여 명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향했습니다. 200명을 에워싸고도 남는 경찰들이 유족들을 가로막았습니다. 춥고 어두운 새벽을 길바닥에서 버텼습니다. 절박한 마음입니다. 대통령을 만나기 전까지는 이 자리를 떠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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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월 9일(금) 유족들을 둘러싸고 있는 경찰 (청와대 앞 모습)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얼마나 많은 목숨과 권리를 앗아갔는지 대통령은, 정부는 알고 있습니까


“가만히 있으라”는 말로 아이들을 잃어야 했던 부모들은 번번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들으며 청와대 앞까지 왔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지속적으로 왜곡 보도하면서 유가족들의 분노를 샀던 KBS는 희생자들의 죽음을 흔한 죽음일 뿐이라며 모독하고 오히려 유가족들이 거짓말을 한다며 유가족들을 다시 한 번 모욕했습니다.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그렇지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적다”던가요. 김시곤 KBS 보도국장의 말입니다. 유족들이 사과를 요구하며 8일 밤 KBS 본관 앞으로까지 찾아갔습니다. KBS는 끝까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KBS는 유족에게 “가만히 있으라”며 그 분노와 비판의 목소리마저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수신료, 날치기로 4000원 인상됐습니다. 과연 KBS가 4000원, 아니 40원 어치의 가치라도 지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애들 물에 빠졌을 때
지금처럼 경찰과 정부가
빨리 움직였다면, 그랬더라면…


경찰역시 유족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합니다. 이들의 항의를 위험물질 다루듯 막무가내로 가두고 막았습니다. “애들 구할 때, 이만큼만 했으면 애들 안죽었다” 통곡하는 유족의 목소리가 서럽습니다. 단지 망언에 대한 사과를 받고 싶었을 뿐이고, 최고 권력자의 책임있는 모습을 바라며 서울까지 왔을뿐인데 경찰은 차벽으로 이들을 둘러싸고 유족들이 가는 곳마다 쫓아다니며 붙들고, 막습니다. 높은 차벽과 셀 수 없이 많은 경찰병력으로 비상사태마냥 삼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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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순수한 유족만 면담”
정권 비판하는 유족은
사람으로도 안보이나


대통령은 무엇을 했습니까. 유족들이 부를때는 외면하고 이미지 재고를 위한 ‘설정샷’을 찍을때만 유족을 찾아왔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이야기하라고 가더니 유족들이 만나달라고 찾아오니 얼굴도 내밀지 않은 채 길을 막습니다.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만반의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참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달라는,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한 KBS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유가족들의 요청을 청와대는 듣지 않고 있습니다.
서남수 교육부장관이 유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와서 라면만 먹고 돌아가 여론의 비판이 일자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이런말을 했습니다. “라면에 계란을 푼 것도 아닌데…”라며 국민들의 지탄을 호들갑스럽게 취급하더니 유족들이 청와대 앞까지 오자 “순수한 유족들과만 면담하겠다”고 합니다. 정권을, 그리고 대통령을 비판하는 자는 사람으로도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로 모입시다


대통령이 움직이도록, 우리가 모입시다. 기다림에 지친 유가족들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하지 맙시다. 오늘 이 글을 보신다면, 점심을 먹다가, 혹은 퇴근길에 청와대 앞 청운효자동주민센터로 모여주십시오. 유족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따뜻한 물, 피로를 풀어줄 초콜릿 같은 것을 가져오셔도 좋습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우리들의 분노,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오만한 정부에 똑똑히 보여줘야합니다.



10일 오후 3시 촛불을 들고
안산에서 만납시다


헌법 제 36조 제 5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제 역할을 다 하도록, 대통령이 그 책임을 다 하도록 우리가 움직입시다. 세월호 참사 초기, 우리가 핸드폰에, 각자의 SNS에 걸었던 노란리본의 글귀를 기억합시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작은 우리가 모여 큰 기적을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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