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에 돌입하며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



돈보다 생명의 가치를 지키는 싸움에 여러분 함께해 주십시오




밥을 끊어서라도 돈보다 생명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위원장 유지현의 사명입니다


밥은 힘의 원천입니다. 어둡고 습한 절망속에서도 우리는, 밥을 먹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밥을 내려놓을 때가 있습니다. 밥보다 소중한 무언가를 지켜야 할 때 숟가락을 놓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부터 이 밥을,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밥을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 유지현의 모습이라면, 밥을 끊어서라도 밥보다 소중한 돈보다 생명의 가치, 이 땅에 권리를 갖고 살아가는 국민으로서의 존엄함을 지키는 것이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유지현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해서 아프고 아파서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 , 의료민영화를 국민대재앙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돈을 밝힌 정치, 안전앞에 오만했던 자본이 지난 4월 16일 304명의 꽃같은 목숨을 차고 어두운 바다에 수몰시켰습니다.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져선 안된다는 경고가 잇달았습니다. 대통령은 두 번의 담화를 통해 제2의 세월호 참극을 막기 위해 ‘국가개조’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사회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대담한 결단이 발표될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봤습니다. 국가와 제도가 안전보다, 건강보다, 생명보다 돈을 밝힐 때 어떤 참사를 불러오는지 우리는 너무 끔찍한 현실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10일 오전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부대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자법인 설립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사안을 국회 논의 없이 행정부의 시행규칙 개정과 가이드라인 제시만으로 허용했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사안을 국회 논의 없이 행정부의 시행규칙 개정과 가이드라인 제시만으로 허용하도록 열어뒀습니다.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국회 권위를 무시한 엄연한 행정독재이자 입법권 침해입니다. 의료민영화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면 의료비 폭등은 당연한 수순이고, 건강보험제도는 붕괴될 것입니다. 가난해서 아프고 아파서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 아픈만큼이 아닌, 버는 만큼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 우리가 의료민영화를 국민대재앙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의료민영화 반대, 이것은 분명한 국민 여러분의 뜻이자, 여러분이 보건의료노동자에게 주신 사명입니다.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을 시작한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저는 병원에서, 거리에서, 학교에서, 기차에서 숱한 희망들을 만났습니다. 벌써 50만 명의 국민들이 의료민영화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준 깨달음을 잊지 않고 의료민영화를 꼭 막아야 한다는 여론도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일 하는 우리 조합원들은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의료민영화의 문제점을 공부하고, 서명운동, 각종 캠페인에 참여하며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밥을 먹지 않아도, 잠을 자지 않아도, 고단함이 매일 같이 이어져도 제가 이 자리에서 “의료민영화는 국민의 뜻이자, 국민의 명령”이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돈보다 생명의 가치가 아직 우리사회에서 살아 있다고 말 할 수 이유입니다.



밥보다 소중한 생명의 가치를 지키는 길, 힘내서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매 년 엄마의 삭발과 고단한 단식을 말없이 지켜봐야 하는 아이들 눈빛이 어른거립니다. 그렇습니다. 저도 두 아이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뜨거운 뙤약볕에 하루하루 몸을 말려가는 투쟁, 가족들 어느 누구도 쉽게 말릴 수가 없습니다. 인간으로서 유지현보다, 위원장 유지현으로서의 역할을 이제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임과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저와, 그리고 4만 4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의 투쟁과 국민여러분의 지지가 우리 사회에서 돈보다 생명의 가치를 지키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힘내서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4년 6월비 오는 청와대앞 단식농성장에서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유지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