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지키기 9부 능선 넘었다

25일 경남도의회 앞 보건의료노조 집결,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다음달로 자동 유회
광화문 촛불로 진주의료원 정상화 바라는 국민 염원 모아내, 매주 1회 촛불문화제 진행
국회, 진주의료원 정상화 박차, 추경예산 및 29일 본회의‘진주의료원 법’통과 앞둬

 

 

또 한 번의 산을 넘었다.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 상정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은 25일 경남도의회 임시회가 다음 달로 미뤄졌다.

 

민의를 ‘기만’하고 좌시할 수 없는 ‘폭력’을 저지른 자, 누구인가?

25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임시회에 앞서 한 시간 전인 오후 1시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을 상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홍준표 도지사와 노조가 가까스로 만들어 낸 ‘23일 합의안’의 정신을 무시하고, 민의를 배반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조례 상정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 옥쇄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개혁연대 소속 야권도의원들을 향해 “소수 개혁연대가 본회의를 점거해 도민들을 ‘기만’하는 ‘폭력’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는 뻔뻔함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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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에도 경남도의회에 모인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촉구하는 압박투쟁을 전개했다.

 

심지어 민주개혁연대 소속 도의원들을 징계하고 강제라도 본회의를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을 김오영 경남도의회 의장에게 전달했다. 반나절 이상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에 김오영 의장은 오후 8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도와 의료원 노조가 1달간 폐업을 유보하고 대화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안의 진행과정을 지켜봐야 하고 더 이상 의회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구태정치를 보여줘선 안 된다”고 말하며 “오늘 안건 상정 하되 5월 말 이전에 긴급 임시회를 소집해 심의하자”는 중재안을 제안했다. 민주개혁연대는 “심의 유보기간이 2달이 아닌 점이 아쉽지만 김 의장의 중재안을 포괄적 수용한다. 다음 달 심의도 도와 노조의 협상결과를 보며 처리해야 한다”고 전하며 14일에 걸친 본회의장 옥쇄투쟁을 전격해제했다. 그러나, 강석주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이런 중재안을 거부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회의를 무산시켰다.

 

폐업 강행하자니 여론 눈치 보이고, 여기서 접자니 자존심 상한다는 새누리당

앞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18일 본회의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을 ‘처리’하려 했다. 날치기 통과를 우려한 우리노조는 본회의 저지투쟁으로 폐업 강행 시도를 막아냈다. 노동조합에 실력저지 당한 것이 분하고, 여야 대표단이 만들어낸 잠정합의안에 동의할 수 없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소집을 요구한 회의가 바로 25일 회의였으나, 소집 요구 당사자들이 중재안을 거부하며 오히려 이번 회의마저 무산시킨 셈이다.


이들은 중재안 거부 의사를 밝히며 “다음 달 임시회에서 의장의 모든 권한을 다 해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를 처리하라”는 강수를 두긴 했으나 이는 하루 종일 도의회 앞 대기투쟁을 벌인 보건의료노조의 눈치, 여론의 압박, 대화국면의 시작 등의 외적 요인으로 중재안을 강하게 거부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는 고립무원의 상태에 놓였다는 반증이라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함께 넘은 9부 능선, 승기는 이미 우리가 쥐고 있다

14일만에 옥쇄농성을 풀고 밖으로 나온 민주개혁연대 도의원들은 “우리는 김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이를 거부하며 스스로 고립을 자처했다. 이 상황 자체가 결국 진주의료원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주체가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하며 “밖에서 열심히 투쟁한 조합원 여러분들이 없었으면 이만한 성과를 낼 수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장은 “판단력을 상실한 새누리당 강경파가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우리에게 가장 완벽한 상황, 승기를 잡은 상황이 왔다”고 전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역시 “정치와 노동이 함께한 투쟁이다. 오늘 진주의료원을 지키는 투쟁의 9부 능선 넘었다. 서울에서도 광화문 앞 촛불집회를 통해 진주의료원을 지키고 공공의료 강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뜻을 모아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오는 15일까지 지방의료원 발전계획을 제출토록 하여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초석을 닦고, 우수의료진 투입을 포함하는 추경예산을 결의한 국회 상황, 29일 진행되는 본회의에서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해산 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하는 이른바 ‘진주의료원 법’이 통과를 앞두고 있다는 점,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된 촛불문화제를 통해 진주의료원을 지키고 공공의료 강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염원을 모아냈다는 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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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정상화의 염원을 담아 밤 하늘에 풍등을 날리는 조합원들

 

이제 한 달여의 시간이 남았다. 이 한 달간 경남도와 노조는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대화에 최선을 다하고, 서울에서는 매주 1회 진주의료원 지키기 촛불문화제가 진행된다.

 

5월 1일 노동절에는 관련 사항으로 오후 1시 서울역에서 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가 예정돼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한 달여의 시간동안 우리는 진주의료원을 지키는 싸움,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싸움, 나아가 공공의료가 가난한 사람만 이용하는 차별적 시스템이 아닌, 전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보편적 복지의 초석임을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려내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