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내라, 우리 종범이 살려내라…”

 

지난 10월 31일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일 하던 최종범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종범 열사는 장시간, 저임금, 고강도노동과, 언어폭행,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삼성의 표적감사 대상으로 불이익을 받다 결국 “삼성 서비스센터에서 일 하며 배고프고 힘들어서 못살겠다”며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는 유서를 남기고 떠났다. 한겨레21에 보도된 기사를 토대로 최종범 씨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현재 유족은 장례에 대한 모든 권한을 노동조합에 위임했으며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지회는 삼성의 사과 전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협력업체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무시하고 있다.

서른 두 살의 노동자가 지난 10월 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일 하던 서른 두 살의 청년. 다음 달 첫돌을 맞는 예쁜 딸이 있는 아빠. 한 가정의 가장, 최종범입니다. 종범씨는 살고 싶었습니다. 죽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전태일을 배웠습니다. ‘전태일’을 배우던 날 종범 씨는 마지막까지 강의실을 떠나지 않고 있다가 문을 나서는 강사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열심히 하면, 바꿀 수 있는거죠?”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고 종범씨는 동료들과 입사 후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떠났습니다. “사는 것이, 이렇게 즐거울 수도 있네요”라고, 종범씨는 그렇게 말 했습니다. 삼성의 이름으로 일개미처럼 일했고 개처럼 살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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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둘째형은 종범씨를 그렇게 기억 합니다. 밤낮없이 일했지만 종범씨는 차량유지비, 통신비, 자재비 등 작업에 필요한 모든 비용들을 직접 부담했습니다. 종범 씨가 죽던 날 삼성은 종범씨가 한 달에 410만원을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의 동료들은 종범씨가 하루 12시간 이상 일 하고 그 중 150만원 이상이 유지비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삼성이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에어컨이 고장 날 일 없는 겨울철에는 빚내서 사는 것이 종범 씨 같은 삼성서비스센터 ‘협력업체’직원의 삶이라는 것도,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종범 씨를 표적감사 대상으로 찍어서 감시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종범씨의 둘째형은 이렇게 말합니다.

 

“동생은 자신의 죽음이 노동자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살았을 때 지켜주지 못한 동생입니다. 죽으며 남긴 마지막 바람이라도 꼭 지켜주고 싶습니다. 동생의 유언이 이뤄지려면 삼성이 노조를 인정해줘야 합니다. 노조 없이 동생의 유언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삼성은 동생의 주검 앞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